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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_김정운

by 앤쏭 2020. 5. 6.

#책리뷰#가끔은격하게외로워야한다#김정운#21세기북스

 

 

책의 제목처럼 요즘 정말 격하게 외롭고 싶은 마음에 책장에서 뽑아 들었다. 24시간 육아, 남편의 재택근무, 연휴 동안 친정과 시댁 투어를 끝내고 오니 진이 빠진다. 뉴스를 보니 이 생활의 끝이 보이는 듯하여 다행이다. 애들 등원하면 깨끗이 대청소하고 격한 외로움에 "풍덩" 잠수해야지.

 

이 책은 김정운 작가가 4년간 일본 유학 생활을 하며 쓴 책이다. 혼자 있는 외로움 속에서 얻은 통찰을 그만의 문화심리학적 이론으로 풀어냈다. 책 안에 실린 많은 그림도 유학 생활 중 그린 것으로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외롭다는 것은 무언가 그립다는 것
그리움은 그림이 되고,
그림은 다시 글이 된다.


그리움긁다라는 동사에서 유래한 말로 그림’ ‘과 어원이 같다. 긁는다는 것은 흔적을 새긴다는 것. 종이 위에 쓰면 글이, 화폭 위에 칠하면 그림이, 마음속에 새기면 그리움이 된다. <p97>

 

책 속에서 만난 이 단락이 너무나 좋았다. 혼자 있는 시간 그리움 그림 글………

 

정말 오롯이 나만을 생각할 수 있는 외로운 시간이 필요하다. 혼자 있는 시간 속에서 내가 진짜로 원하는 그리움을 찾아내야 한다. 그 그리움의 실체를 찾아 내, 더 이상 그리워만 하지 말고 내 삶으로 끌어와야 하는 것이다. 내 외로움의 근원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야 덜 외로워지는 것이다

 

 

김정운 작가는 격한 외로움을 겪으며 자신의 그리움을 정확하게 찾아낸 것이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함을 모두 버리고 어릴 때부터 하고 싶었던 미술 공부를 하며 너무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이제는 글뿐만 아니라 그림으로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50 이후부터는이후부터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할 것'이라고 단언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김정운 작가가 멋져 보였다. 단언할 수 있는 용기와 실행력은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것을 할 때 나오는 것 같다.

 

일본에서 지낸4년 동안 참 많이 외로웠습니다. 그러나 내 인생에서 가장 생산적인 시간이었습니다. 이토록 재미있게 공부한 적이 없습니다. 모두 외로움을 담보로 얻어낸 성과물입니다. <p12>


주체적 삶이란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공부할 때 비로소 가능해지다. <p317>

 

 

 

김정운의 책을 읽으면 중년의 남성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실제로 자신을 남성 심리 전문가라고 칭한다. 그래서 이 책은 너무나 바쁜 삶에 치여 외로워하는 50대 이상 남성들에게는 격하게 추천을 한다. 중년 아저씨 특유의 야한 농담도 밉지 않을 수위로 자주 나와 잼있기도 하고 솔직한 김정운식 화법도 좋다. 여러모로 남성들이 좋아할 책이지만 40대 초반의 나도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김정운 작가의 폭넓은 심리학적 지식에도 감탄하며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유난히 많은 관계 속에 살면서도 뭔가를 허전해하고 외로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만남을 더해 외로움을 채우기보다 더한 외로움의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외로움을 피해 관계로 도피하는가? 더 외워야 덜 외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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