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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MKYU 북드라마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_ 카를로 로벨리

by 앤쏭 2020. 3. 25.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이 책은 제목부터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얼른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나에겐 너무 어려웠다.

읽다 보면 머리에 남는 것이 없고, 계속 졸음이 왔다. ㅎㅎ

하지만 천천히 읽으면서 내용을 이해하려 노력해 보았고, 이해를 못했던 내용이 뒤에 나오는 또 다른 예시로 이해되기도 하였다. 분명 어려운 책이지만 새로운 과학 지식이 흥미롭게 다가오고, 시간에 대한 작가의 인문학적 해석을 읽는 재미도 쏠쏠한 책이었다.

 

이 책은 시간에 대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상식을 깨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세상의 기본 구조, 과거 - 현재- 미래 순서로 흐르는 사건,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느껴지는 시간의 속도가 사실은 모두 틀린 것이다고 이야기한다. 과거는 정해져 있고, 미래는 열려있고....  이런 시간의 일반적인 속성 하나하나가 우리 시각이 만든 오류와 근사치들의 결과물이라고 이야기한다.

마치 옛사람들이 '지구는 편평하고, 태양이 회전한다'라고 믿었던 것처럼 말이다.

 

작가는 1부에서, 이처럼 사람들이 시간의 속성이라 믿고 있는 5가지 개념들의 베일을 벗겨낸다. 

 

시간의 유일성

시간은 같은 속도로 흐르지 않는다.

시간은 산에서 더 빨리, 평지에서는 더 느리게 흐른다. 아주 작은 차이지만, 인터넷으로 천유로 정도에 살 수 있는 정밀한 시계로 측정이 가능하다. 시계만 느리게 가는 게 아니다. 아래쪽에서는 모든 과정이 더 느리다. 나이가 같은 두 친구가 있는데, 한 명은 평지에 살고 다른 한 명은 산에 산다고 해보자. 수년이 지난 뒤 두 사람이 만나면 평지에서 산 친구는 살아온 시간이 더 짧아서 덜 늙어 있다.
특별한 시계가 특별한 현상 속에서 측정한 시간을 물리학에서는 '고유 시간'이라고 부른다. 모든 시계에는 각자의 고유 시간이 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에도 고유 시간, 고유의 리듬이 있다. 

 

정말 같은 시간이 다르게 느껴지는 경험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추운 겨울, 밖에서 약속 시간에 늦은 친구를 기다리는 시간은 1분이 십 분처럼 느껴질 것이고, 재미있는 영화를 보는 두 시간은 1시간이 지난 것처럼 짧게 느껴지기도 하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를 보내고 자기 전에 느끼는 사람들의 기분도 모두 다를 것이다. 

하루 계획을 잘 세워서 여러 가지를 해 낸 사람들은 꽉 찬 하루를 보냈다는 보람을 느낄 것이고, 시간이 흐르는 대로 내 몸을 맡긴 채 의식 없이 보낸 하루는 알 수 없는 짜증스러운 감정과 후회를 갖게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고유 시간의 리듬을 생기가 넘치고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면 인생을 더 젊고 길게 살 수 있지 않을까?

마치, 다양한 놀이와 호기심으로 가득 찬 어린 시절의 하루는 참으로 길게 느껴졌던 것처럼 말이다.

 

 

방향의 상실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로 흐르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주인이 달에서 지구를 보는 것처럼 컵에 든 물을 본다. 달에서 보는 지구는 하늘색으로 그저 평온하게 빛나고 있다. 지구에서는 식물과 동물, 무수한 생명체들이 요란하게 움직이고 사랑과 절망이 쉴 새 없이 교차하지만, 달에서는 그런 것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지구는 그저 여기저기 얼룩진 파란 공으로 보일 뿐이다. 투명한 컵에 담긴 물속에서도 무수한 분자들이, 이 지구에 생존하는 생명체의 수보다 훨씬 더 많은 분자들이 요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과거와 미래의 차이는 이 희미함과 깊이 연결돼 있다. 그런데 만일 우리가 이 세상의 정확한, 미시적인 상태(물속의 원자구조와 같은)에 대한 모든 상세한 내용을 고려할 수 있다면, 시간의 흐름에 관한 특징적인 부분들이 사라질까? 그렇다. 사물의 미시적인 상태를 관찰하면 과거와 미래의 차이가 사라진다.

우리는 원인이 결과보다 앞선다는 말을 자주 하지만, 사물의 기본 문법에서는 '원인'과 '결과'의 구분이 없다. 대신 서로 다른 시간에서의 사건들을 연결하는, 물리 법칙들에 표현되는 규칙성이 있는데, 여기서 미래와 과거는 서로 대칭적이다.

 

이 부분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뒤에 나오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예)'로 대강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여전히 정확하게 이해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저자는 음악을 예로 들었다. 음악이 흐른다는 건 사실은 공기 분자의 진동일뿐, 그 자체로는 어떤 소리도 갖고 있지 않은 음파를 인식하고 있을 뿐인데 사람은 음악을 듣고 있다고 생각한다. 진동들을 기억하면서 다음 진동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음파라는 '분자 진동의 나열'이 사람의 기억이라는 '희미함'으로 통과될 때 '음악'이라 정의되고 시간적 순서가 부여되는 것이라는 논리였다. '시간의 방향'도 결국 사람들에게서 인식되는 속성인 것이다.

 

 

현재의 끝

만약 여동생이 뉴욕에 있어서 전화를 하는 경우라면, 여동생의 목소리는 뉴욕에서 내게 전달될 때까지 몇 밀리세컨드(10000분의 1초) 정도 필요하므로 내가 알 수 있는 최대한은 여동생이 몇 밀리세컨드 전에 한 행동이다. 물론 그렇게 대단한 차이가 아니다.

하지만 여동생이 프록시마 b에 있다면, 빛이 여기까지 오는데 4년이 걸린다. 그러니까 내가 망원경으로 보거나 여동생이 보내는 무선통신을 받는다면, 내가 아는 건 여동생이 4년 전에 하던 일이지 지금 하는 일이 아니다. 물론 내가 망원경으로 보는 모습이나 통신기기에서 나오는 여동생의 목소리도 '프록시마 b'의 지금이 아니다.

이렇게 우리의 '현재'는 우주 전체에 적용되지 않는다. 현재는 우리와 가까이에 있는 거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즉, 공통적인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5가지 시간의 개념 중에서 가장 흥미 있게 읽은 부분이었다. 우리가 현재라고 느끼는 순간은 정말 하나의 점으로 표현하는 것도 크게 느껴지는 찰나의 순간인 것이다. 나의 '지금'이 순간 과거가 되어 버리고, 내가 미래라고 의식하는 순간 현재를 거쳐 과거가 되어 버리는....  이렇게 과거- 현재- 미래는 아주 작은 단위로 나뉘면 거의 식별이 불가능하다. 시간은 결국 아주 복잡한 현실의 근사치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가 같은 현재를 산다 믿고 있는 이 순간이, 모두 자신을 중심으로 둔 개별적인 현재이고 과거이고 미래인 것이다.

거리가 멀리 떨어진 우주에서 현재라는 시간을 따져 보려는 행동이 무의미하듯, 현재 역시 가까운 공간을 사는 지구라는 환경에서 인간이 만들어 낸 개념인 것이다.

 

 

 

이밖에도 시간은 독립적으로 흐르지 않고, '언제'와 '어디'가 항상 무언가의 관계 속에서 정해진다. 이것은 시간의 양자와 연결되는데 시간은 더 이상 일관성 있는 하나의 캔버스가 아니라, 관계들의 느슨한 망이 된다. 여러 시공간들이 파동처럼 요동치고, 서로 중첩이 가능하고, 특정한 물체와 관련해 특정한 시간에 구체화된다는 것이다. 시간의 5가지 베일이 모두 벗겨진 것이다.

 

 

이렇게 저자 카를로 로벨리가 전해 주는 '시간의 진실'을 읽어나가다 보니, 내 머릿속의 작은 우주가 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진실'이라 믿고 있던 것들이 사실은 '거짓'일 수 있고, 이전 시대에 '진실'이라 믿었던 많은 것들 시간이 지나면 '변화'한다는 사실이다. 절대적인 진실은 없으므로, 우리는 항상 '다른 시각'과 '나만의 질문'을 찾아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시간들이 아닌, 우리가 경험한 균등하고 범세계적이고 순서가 있는 시간, 이 단일한 시간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다. 이 시간은 엔트로피의 성장에 의존하여 시간의 흐름에 정착한 우리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특별한 관점에서 기술한, 세상에 대한 근사치의 근사치의 근사치이다.

서로 다른 다양한 근사치들에서 파생된 확연히 구분되는 수많은 특성들이 겹겹이 쌓인 다층 구조의 복잡한 개념, 이것이 우리의 시간이다.

 

결국 시간을 만들어 내는 것은 관계와 경험이고, 시간은 나를 중심으로 흐른다. 그렇기에 시간의 진정한 정의를 우리 내면에서 다시 찾아야 하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는 세상 속에 나를 중심으로 세우고, 내가 만들어 가는 고유의 시간을 따라 성실하게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책이 나에게 시간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주긴 하였지만, 시간을 대하는 진심은 더 강해졌다.

'흐르는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북 액션]

 

<<나의 시간 사용 인생 계획서>>

* 시간의 유일성 - 모두에게 똑같은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나만의 고유한 리듬을 만들기

 

'마감 시간'을 지키는 인생을 살자.

이번 책을 읽으면서 시간에 대한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그중에서 '마감시간'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고미숙 선생님의 5번째 강의에서 "마감시간을 지켜라"라는 내용을 너무 인상 깊게 들어서 였을까?

'마감시간 지키기'를 나의 고유한 시간 리듬으로 만들면, 좋은 습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무엇이든 내가 가진 능력보다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는 나는 완벽주의 기질을 갖고 있다.

그러니 어떤 일이든 조금 더 완성도를 높이려고 노력하다가 정해진 시간을 넘긴 적이 많았다. 

더 문제는 내가 못할 것 같은 것은 잘 시도하지 않고, 도전하기를 포기해 버리는 것이었다.

 

이 책도 사실 나에게 참 어려웠던지라, 숙제가 아니었다면 아마 읽기를 포기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MKYU의 숙제는 포기할 수 없었지만, 대신 뒤로 미루고, 미루고 있었다.

 

'하기 힘들고 어려운 것일수록, 나에게 중요도가 큰 것이라면 먼저 해치우자!'

이렇게 모든 일처리를 한다면 마감시간을 어기는 일이 없을 것이다.

 

무슨 일이든 마감시간을 정해보고 그 시간을 지키는 것을 습관의 목표로 삼아야겠다.

"완벽하려는 노력은 시간을 지체시키고, 자신을 힘들게만 할 뿐이다. 아무리 부족한 마무리라도 그것을 시간에 맞추어 해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급이 다르고 성장이 다르다." 

고미숙 선생님의 말씀처럼 '시간을 지키는 것'처럼 중요하고 일관되게 하기 힘든 것도 없을 것이다. 

그것을 이뤄 낸 사람만이 급이 다른 성장을 할 것이다. 

 

이제, 중요하고 어려운 것을 끝내고 난 홀가분한 시간에 나의 성장을 키우는 일과로 채워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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