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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_ 김민식

by 앤쏭 2020. 3. 14.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_김민식>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로 모두가 힘들다. 우리 집도 일상이 무너지고 아이 둘과 집에 갇혀버렸다. 이런 답답한 내게 사이다를 마신 것처럼 속이 뻥 뚫리는 책이 찾아왔다.

바로 김민식 PD의 신간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이다.

이 책은 2012년~ 2017년까지 7년간, 부패정권 아래 타락한 언론 MBC와의 싸움을 기록한 책이다. 김민식 PD는 노조의 편성제작본부 부위원장을 맡았고, 파업을 선두에서 이끌어 나갔다. 그 싸움은 두 정권 아래서 길고 지루하게 계속되었고, 결국 승리로 끝난 과거의 이야기이다. 

한참이 지난 이 시점에서 그날의 기록들을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이번 책을 쓰면서 여러 차례 고민했다. 싸움의 기록을 남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플라이 백》을 읽고 깨달았다. 수많은 '을'들이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 그런 세상을 위해 내가 싸움의 과정에서 배운 것을 나누고 싶다.

*플라이 백: 대한항공 땅콩 회황 사건의 피해자 박창진 사무장이, 사건 이후 자신의 바뀌어 버린 삶의 모습을 기록한 책이다.

김민식 PD의 글과 강의를 접한 사람들은 이미 그의 매력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유쾌하고 재미있는 사람, 긍정적인 사람,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 진짜 열심히 사는 사람....  정말 수많은 장점을 가진 사람이다. 이 책을 읽고 또 하나의 강력한 장점을 알게 되었다. 아니 어쩌면 장점이라 말하기보다 '힘'으로 표현하는 게 맞을 거 같다.

'김민식'은 권력 앞에 움츠려 들지 않는 강인한 힘을 가진 사람, 비겁한 강자에게 쫄거나 굴복하지 않고 '결국은 한방을 먹이는' 멋진 사람이었다. 그가 싸운 상대들이 청와대라는 권력을 등에 업은 MBC 사장과 그의 호위무사들이었다. 그런 막강한 상대 앞에 그가 보여주는 말과 행동의 묘수는, 이 책을 읽는 최고의 재미이며 짜릿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김민식 PD도 긴 싸움에 힘이 들고 어찌해야 좋을지 막막할 때가 온다. 그럴때 그는 다시 떠올린다. 같이 싸우다 불치의 병으로 투병 중인 친구와, 해고를 당하고 변방으로 쫓겨난 동료들을.... 다시 힘을 내어본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진짜 싸움을 시작한다. 홀로 MBC 로비에서 크게 외친다.

"MBC 사장 김장겸은 물러나라! 김장겸은 물러나라!"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中 '유쾌한 싸움의 노하우'>

막강한 상대의 공격에도 쓰러지지 않고 계속해서 펀치를 날리는 이런 '유쾌한 싸움의 전략'은 어디서 나왔을까?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를 읽으면서, 또 한 번 느꼈다. '아는 것이 힘이다'. 이 간단하지만 강력한 진실....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김민식 PD의 싸움 전략은 평소 그가 읽은 수많은 책에서 얻은 지혜였다. 또 한 가지 의미 있게 본 것은 김민식은 자신이 사랑하는 영화에서도 많은 배움을 찾았다. '닥터 스트레인지', '곡성', '스크림', '레미제라블' 등을 자신의 관점으로 날카롭게 해석하고 싸움의 전략으로 만들어 낸다.

천상 딴따라 PD인 김민식은 투쟁도 재미있게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파업 콘셉트를 '즐겁고, 독특하고, 당돌하게 싸운다' 외치며, 모두가 웃고 즐기는 싸움의 현장을 만들었다.

사내에서 '굿 판'을 벌이고, 노조를 피해 잠적한 사장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로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포스터를 만들어 거리 시위를 한다. 노조 조합원들을 주인공으로 <MBC 프리덤>이라는 뮤직비디오를 찍어 유튜브 조회수 30만이라는 기록을 만들어 낸다.

 

김민식 PD는 강연에서 가끔씩 "회사가 일을 안 시켜줘서 글을 쓰고 책도 쓰게 되었어요~"라고 얘기한다. 사람들을 웃게 하기 위해 반쯤 농담처럼 했던 그 말 뒤에 이렇게 막막했고 가슴 아팠던 현장이 있었다는 것은,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알지 못했다. 이 책을 있다가 몇 번이나 눈물을 글썽였는지 모른다. 항상 웃고 있던 그였기에 더 마음이 아팠고, 이런 속내가 있었는지 모른 채 MBC를 비난했던 내가 떠올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승산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지 않는다. 싸워야 할 때 달아나지 않는 것이 인생에 대한 예의다. 승패에 집착하기보다 과정을 즐긴다.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때로는 처참하게 질 수도 있다. 그것 역시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살면, 도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기는 싸움만 하려도 들면, 승산이 없을 때마다 달아나게 된다. 그렇게 도망 다니며 살면 인생에서 배우는 게 없고 남는 게 없다. 지는 싸움에서 더 크게 얻는다. 싸우지 않을 이유가 없다.

 

2017년 11월 13일 방문진 이사회에서 5대 1로 김장겸 사장이 해임할 것을 결의하며, 7년간의 긴 싸움은 승리로 끝났다. 결국 진실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국민들은 응원을 보냈고, 그 응원의 힘으로 싸움을 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김민식 PD는 승리에 환호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승리에서 얻은 것보다 패배에서 얻은 것들이 더 많았고 그것을 알려주기 위해 책을 쓴 것이기 때문이다.

긍정의 화신 김민식은 언제나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자신에게 어려운 시기가 있었기에 힘듦을 극복하려 글쓰기를 시작했고, 어려운 시간이 길~었기에 책을 더 많이 읽었으며, 그 두 가지가 쌓여 이렇게 작가가 되었다고....

고분고분 순응하지 않은 덕에 즐거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이제는 살다가 나를 괴롭히는 인간을 만나면 생각한다.'그래서 이 양반은 내게 또 어떤 행운을 안겨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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