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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MKYU 북드라마

배움의 발견_ Educated_ 타라 웨스트오버

by 앤쏭 2020. 1. 23.

'배움의 발견'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몇 번이고 저자의 프로필을 넘겨보곤 했다.

'<타라 웨스트오버 Tara Westover> 그녀가 몇 살이라고? 나랑 몇 살 차이가 나는 거지? 이 책을 쓰기까지 어떤 교육과정을 밟았고, 현재 어떤 성과를 이루었다고?' 내가 몇 번이나 다시 살펴본 이유는, 한마디로 '놀라워서'였다. 이 책은 저자 본인의 이야기를 담은 성장에세이인데, 그녀는 현재 34살이다. 나보다 한참 어린 주인공의 이야기가 마치 100년 전 이야기처럼 현실감이 없어서이다.

그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의 중심에는 그녀의 아버지가 존재한다. 그녀의 아버지는 조울증과 피해망상증, 편집증 등 다양한 정신적 질환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정신적 질환에 왜곡된 종교 신념까지 더해져 가족들은 세상과 단절된 체 정신적 육체적 학대를 받아야 했다.

▶저자는 16살이 될 때까지 학교에 다닌적이 없고, 출생신고도 9살이 되어서야 한다.
▶그녀의 가족은 목숨을 위협받는 큰 사고를 당해도 병원에 가지 못했다.
- 차사고, 뇌진탕, 화상 등 엄청난 고통과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병원의 치료를 거부했다.
- 사실 가장 비현실적이고 끔찍하게 느껴졌던 부분이 아버지가 병원을 거부하는 이유로 집에서 치료받는 묘사 부분을 읽을 때였다.
▶그녀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그늘에 가려져 안전한 사랑과 보호를 주지 못했다.
▶ 형제들 중 폭력적인 둘째 오빠에게 심한 정신적 신체적 학대를 받았다.

이렇게 소설 속 주인공처럼 살아온 그녀는 세째 오빠(자신의 의지로 집을 나가 처음으로 대학을 다닌 형제)의 도움으로 배움의 길을 시작한다. 독학으로 대입 합격 시험(ACT)을 치러 17세에 대학에 합격한다. 2008년 최우수 학부생 상을 받으며 브리검 영 대학교를 졸업하고, 장학금을 받으며 2009년 케임브리지 대학교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0년 하버드 대학교에서 방문 연구원을 지냈고, 케임브릿지로 돌아온 뒤 2014년에 역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9년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뽑혔다.

사실 기초교육을 전혀 못받은 사람이 독학으로 이런 성과를 이루어 냈다는 것이 놀라웠다. 엄마에게 글을 읽는 법과 간단한 수학 풀이 정도만을 배운 그녀가 혼자의 힘으로 공부를 해 나갈 수 있었던 힘이 무엇일까? 책을 읽으면서 그 비결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결국 그녀의 비결도 '끈기'와 '성실함' 이었다.

<p108> 나는 공부하던 대부분의 시간을 이 추상적인 개념에 바쳤다. 돌이켜 보면, 바로 그것이 내 배움이요 교육이었다. 빌려 쓰는 책상에 앉아 나를 버리고 떠난 오빠를 흉내 내면서 모르몬 사상의 한 분파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보낸 그 긴긴 시간들 말이다. 아직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참고 읽어 내는 그 끈기야 말로 내가 익힌 기술의 핵심이었다. 

그녀의 성실함은 두 가지 측면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일기를 매일 쓰는 성실함자연을 통해 배운 성실함. 산에서 자란 그녀는 거대한 자연이 순환되는 모습을 보며 자라났고, 그 성실함 속에서 많은 배움의 진리를 자연스레 체득했을 것이다. 또한 그녀는 유년시절 거의 매일 일기를 썼다고 한다. 학교를 다니지 못했지만 일기를 쓰는 동안 '사색의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매일의 '사색과 글쓰기'가 어려운 공부를 이겨 내게 만든 '비장의 무기'가 되었으리라 생각해 본다.

<p193>그러나 그때 내가 이해한 한 가지는 내가 나 자신을 믿어도 된다는 것, 내 안에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선지자가 자기 안에 가지고 있던 그 무언가는 여자든 남자든, 나이가 많든 적든 상관없이 스스로 타고난 본연의 가치,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가치라는 사실 말이다.

우리는 얼마나 자신의 틀을 깨지 못하고 불평만 하고 두려워하며 살고 있을까? 나도 행동하기를 두려워하는 나의 틀을 깨는 것이 너무 힘들다. 그렇다면 나는 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두려울까?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있겠지만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데 있을 것이다. 남들에게 나의 가치 판단의 기준을 내어 주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변화할 수 있는 자기 자신의 가치를 믿어야 한다. 바닥에서부터 일어날 수 있음을 증명해 낸 주인공처럼 나도 나 자신을 믿자. 나의 가치는 아무도 흔들 수 없다. 내가 흔들리고 두려운 것은 바로 남이 아닌 나의 시선일 뿐이다. 

<p399> 그에 따르면 적극적 자유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는 것, 스스로를 스스로가 다스린다는 의미였다. 그는 적극적 자유를 갖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이성과 감성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이성적인 두려움이나 믿음, 중독, 미신을 비롯한 모든 형태의 자기 강박에서 자유로워지는 것 말이다.

책의 제목이 '배움의 발견'이니, 요즘 공부를 하면서 '내가 느낀 배움의 발견'은 무엇일까?  나의 가장 큰 발견은 <나로서 나답게 살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에 나를 앉혀놓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상사와 동료를 주인공으로 그들이 원하는 틀에 나를 맞추었고, 친구들 사이에서는 좋은 친구라는 조연으로 무대에 섰으며,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니 엄마라는 역할로 열연을 펼치고 있었다. 내 인생에서 내 시간은 나로 인해 흘러가지 않았고, 내 입에서는 가슴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라 머리로 짜낸 대사를 읊고 있었다.

하지만 공부가 알려주었다. '진짜 나'로 살아가라고. 그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책을 읽으면 신기하게 '진짜 나'를 생각하게 된다. 내가 왜 이런 모습의 내가 되었는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꿈은 무엇인지, 진짜 나로서 살아가려면 어찌해야 하는지.... 그리고 내 시간이 너무 소중해지기 시작했다. 이 소중한 시간을 가치 있게 거짓 없이 쓰고 싶어 진다. 목표를 세워본다. 내 삶의 주인공인 내가 '나를 위한 각본'으로 하루하루를 계획하고 생활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정말 큰 변화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이 대단하게 느껴진 이유는 그녀가 공부를 하며 이루어 낸 결과물이 아니었다. 자신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포기하지 않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정신적으로 세뇌되어진 채, 세상과 단절되어 무지했고 자존감이 낮아 두려움에 떨어 왔다. 그런 그녀가 배움을 통해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은 너무나 힘들어 가슴 아프고 안타까웠지만 그만큼 감동적이었다. 

누구나 인생의 드라마를 쓸 수 있다. 지금 현실이 낮은 곳에 있을수록 더 재미있고 감동적인 드라마를 쓸 수 있을 것이다. 그 드라마에 나를 진정한 주인공으로 거듭나게 할 방법은 한 가지는 '끊임없는 배움'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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