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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MKYU 북드라마

#1. 북액션_초등학교 1학년 딸과의 교환일기

by 앤쏭 2020. 1. 12.

딸과의 교환일기

나는 이 숙제를 받고 김미경 선생님처럼 '첫째 딸'이 생각났다. 하지만 아마 내용의 수준은 많이 다를 것이다. 선생님은 20대 딸과의 '지적 대화'일 것이고, 초등학교 1학년인 딸과 함께 쓰는 우리의 일기는 한참 저 아래로 down down....... 

하지만 지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다른 누군가보다 우리 딸과 교환일기를 쓰고 싶은데 어쩌겠는가? 목적을 좀 달리해 보았다. 

아이와의 교환 일기를 통해서 아이와 좋은 대화를 많이 하고 싶었다. 서로 글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이 때문에 '욱'해서 혼내고 상처주는 일이 덜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다. 난 부끄럽게도 한없이 다정하고 좋은 엄마이다가 한 번씩 스트레스가 쌓이면 폭발하곤 했다. 그러고는 심한 후회...

교환 일기를 하다보면 아이의 숨을 마음도 드러날 것이고, 나를 반성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겠지. 내 육아 마인드를 다지는 시간으로 삼기로 한다.

또 한가지 이유는 아이의 언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 때 '밥상머리 대화' 육아법이 유행했듯이, 어른과의 대화가 아이의 언어 발달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아이가 이해하기 쉽게 써야겠지만 어른의 대화법으로 쓰인 글을 자주 접하면서 읽고 쓰기 능력이 향상될 것이다.

요즘 엄마가 읽고 있는 모든 책에 관심을 보이는 첫째 딸이 '이번엔 무슨 책을 읽는거지?' 하고 들여다보던 순간!!! 딱 걸렸어~ 슬쩍 건네는 한마디 "서율아, 혹시 교환 일기라고 알아? 그게 @#$#@%$^&% ~~~ 그런 거야. 혹시 엄마하고 한번 해볼래?"

흔쾌히 내켜하는 대답은 아니었지만 호기심을 갖고 "그래~ 한번 해볼게."라는 대답을 받아 들고, 아이가 잠든 시간 이렇게 열심히 또박또박 일기를 써본다. '휴... 또박또박 쓰려니 내가 이리 글씨를 못썼나 싶다. 글씨 연습 좀 해야지.'

아이가 잠든 밤, 딸의 방에 교환 일기를 두고 나오며 드는 간절한 바램은

'이 일기장 한 권이라도 채우고 우리의 교환 일기가 마무리되었으면 ^^'

 

제목: 서율이에게 교환일기를 신청합니다.

서율아 아까 엄마가 읽던 책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친구 사이의 교환일기라고 얘기한 거 기억하니?
엄마가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교환일기를 같이하고 싶은 친구를 떠올렸을 때 우리 서율이가 제일 먼저 떠올랐어.

왜 친구보다 서율이가 떠올랐을까?
그건 바로 엄마가 대화를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이 서율이기 때문일 거야.
이 책을 쓴 두 명의 친구도 서로 하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서
' 이럴 걸 차라리 글로 남겨서 책으로 만들어보자!' 하는 아이디어로 시작한 거래.
혹시 알아? 우리의 교환일기도 책으로 펴낼 수 있을지 말이야.
<43살 엄마와 9살 초딩의 아웅다웅 교환일기>
엄마는 책 제목을 이렇게 지어 보았는데 서율이의 아이디어는 무엇일까? 궁금하네.
왜 '아웅다웅' 이냐고? 우리 가끔 아웅다웅 싸우잖아. ㅋㅋ

아! 우리 서율이가 오늘 처음으로 동생 건율이를 데리고 문구점에 다녀왔지?
가까운 거리지만 이제 막 5살이 된 동생을 데리고
(특히 건율이 장난꾸러기, 정신없게 만들기 대장이잖아)
걱정 말라고 잘 다녀오겠다고 신나 하면서 씩씩하게 나서는 우리 서율이를 보면서
벌써 '다 키웠네~'하고 아빠랑 대견해하면서 미소 지었어.

근데 막상 무지개 문방구에 도착하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
1. 생각보다 저금통이 비쌋고
2. 가져간 돈으로는 건율이가 고무줄 총을 사야 하는데, 2천 원짜리 산다고 떼를 쓰고
3. 아무리 설득해도 말을 안 듣고
결국 엄마한테 전화로 도움을 요청했지.
집에 온 서율이의 모습은 나갈 때 밝고 씩씩했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 있었어.
화가 나고 속상하고...

서율아, 오늘처럼 언제든 기대와는 다른 상황이 펼쳐지는 순간이 많을 거야.
그럴 때마다 화를 내거나 당황하지 말고
어떻게 해야 가장 좋은 방법인지를 침착하고 빠르게 생각해보고 행동하는 거야.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오늘처럼 용돈을 다 써버리고, 생애 처음 외상을 하고 오더라도
"엄마가 그동안 건율이 데리고 다니느냐 너무 힘들었구나"라고 말했던 좋은 생각과
비쌋지만 평생 쓸 수 있는 효율적이고 예쁜 저금통이 생겼으니 말이야. ^^

오늘부터 우리 서율이와 교환일기 하게 되어 너무 기쁘다.
우리끼리만 보는 비밀일기로 할까?
벌써 엄청 샘낼 거 같은 아빠 얼굴이 떠오르네. ㅋㅋㅋ

오늘도 제일 사랑해~~

- 2020. 1.12. 일요일   엄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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