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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_ 김정운

by 앤쏭 2019. 10. 30.

이 책은 이미 10년 전에 나온 책이다. 남편 책장에 10년 동안 꽂혀 있었다. 그동안 책도 별로 읽지 않았거니와 책 읽기를 시작한 후에도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아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책이었다. 그러다가 김정운 작가의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고 다른 책에도 호기심이 생겨 읽어보게 되었다. 

우선 읽으면서 들은 생각은 "10년 동안 참 한결 같이 '삶의 진정한 재미'를 찾으라고 얘기하네." 이다. 남성 심리 전문작가 답게, 이 책에서도 남자들에게 더욱 강조하며 이야기한다. 자신의 제대로 된 아이덴티티를 찾으라고. 책의 부재가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 심리학'이다. 김정운 작가의 기준으로는 남자들이 제대로 철들기 위해서는 "삶이 가슴 뛰고 설레도록 재미있게 살 수 있는 구체적인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라고 얘기한다.

행복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행복을 구체적으로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내 침실의 '백열등 부분조명'과 '하얀 침대시트' 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게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전문 용어로 '조작적 정의'라고 한다.
'행복이 무언인가'를 이론적으로 정의 내리는 것을 '개념적 정의'라고 한다면, 조작적 정의는 행복을 구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고 반복 가능한 방식으로 '설명'하는 것을 뜻한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프린스턴 대학의 다니엘 카네만 교수는 행복을 아주 '심플하게' 정의한다. 행복이란 '하루 중 기분 좋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기분 좋은 시간이 길면 길수록 행복하고, 기분 좋은 시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불행한 것이다. 아주 기막힌 행복의 조작적 정의가 아닌가.

정말 그렇다. 하루가 행복한 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요즘 나는 별일 없이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설정을 통해 행복감을 더욱 충만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것들이 나를 더욱 행복하게 해 줄까? 내 하루의 기분을 망치는 것들은 무엇일까? 내가 기분 좋게 느끼는 것 들을 내 삶 속에 더 많이 배치시키고, 기분은 상하게 하는 상황을 하나씩 제거해 보자. 사소한 것이라도 그런 노력이 모여 내 행복의 시간이 늘어날 것이다.

일단 맛있는 차(tea) 몇 가지를 주문 했다. 공부하고 책을 읽을 때 커피와 차를 많이 마시게 되는데 한잔을 마시더라도 행복 감이 들도록 조금 비싸더라도 맛있고 건강도 지킬 수 있는 몇 가지의 차를 구입했다. 또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니 난 요즘 아주 집순이가 되었다. 그런데 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집에서 입는 홈웨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오래 입어 목이 늘어난 티셔츠에 추리닝 바지로 지내고 있었는데, 얼마 전부터 예쁜 홈웨어가 눈에 들어왔다. 딱히 필수품이 아닌지라 매번 망설이다가 돌아서곤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멀 그리 망설였나 싶다. 엄청난 과소비도 아니지 않은가? 예쁘고 천도 좋은 홈웨어를 몇개 구입해야겠다. ㅎㅎ 그러고 보니 모두 쇼핑이긴 하지만.... 작은 비용으로 나한테 큰 행복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내 일상에서 반복되는 사소하지만 즐거운 리추얼을 다양하게 개발해보아야겠다.

도대체 댁은 누... 구... 세요?

내 존재는 내가 좋아하는 일, 재미있어하는 일로 확인되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존재를 확인하게 되면 내 사회적 지위가 아무리 변하더라도 내 존재를 찾아 헤맬 일은 없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어떤 일이 되었든 상관없다. 새소리 듣는 일이든, 개미새끼 보는 일이든 상관없다. 내가 헤맬 때, '나'와 '내가 아닌 것'이 구분되지 않아 헷갈릴 때, 내 면역 시스템을 가동시켜 내 안의 항상성을 유지시킬 수 있다면 그 어떤 것이 되어도 상관없다.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내 존재를 확인하는 비결이다.

' 내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Output을 만들어 내고 싶다. '라는 생각만으로 꽉 차 있어 지금의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고 조바심이 날 때가 많았다. 훌륭한 결과로 내 아이덴티티를 찾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전까지 내 모습은 초라하고 부정되어질 것이다. 하지만 김정운 작가는 어떤 일이든 내가 좋아하는 일이면 상관없다고 한다. 그래 나의 꿈을 향해 하루하루를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행복해하는 이 모습도 나의 아이덴티티인 것이다. 성장하고 싶어 하루하루 노력하는 것이 재미있다면, 지금 당장 멋진 모습이 아니라도 진짜 내가 사랑해야 할 내모습인 것이다.

 

우리는 감탄하려고 산다, 아닌가? <p284~293 中>

인간의 모든 행위 뒤에는 감탄의 욕구가 숨겨져 있다. 음악을 도대체 왜 작곡할까? 그림은 또 왜 그릴까? 먹고사는 것과 아무 상관없는 이런 종류의 다양한 인간의 행위는 도대체 왜 하게 된 것일까?
간단하다. 감탄하기 위해서이다.

내가 지금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의 기준은 아주 간단하다. 하루에 도대체 몇 번 감탄하는 가다. 사회적 지위나 부의 여부와 관계가 없다. 내가 아무리 높은 지위에 있다 할지라도, 하루 종일 어떠한 감탄도 나오지 않는다면 그건 내 인생이 아니다. 바로 그만두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내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그 돈으로 매개된 감탄이 없다면, 그 돈은 내 것이 아니다. 

내 가족이 행복한가 아닌가의 기준도 마찬가지다. 내 아내, 남편, 우리 아이들이 나와 있을 때 도대체 몇 번 감탄하는가가 행복의 척도다. "아빠, 으와~!", "이야~!"와 같은 감탄사가 우리 아이들의 입에서 끊이지 않고 나온다면 우리 가족은 정말 행복한 가족이다. 

요즘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정말 아이들과 있다 보면 하루에도 많은 감탄을 한다. 과자가 맛있어서, 만화가 재미있어서, 스티커 한장 산것이 너무 예쁘다고, 자기가 만든 블록 총이 너무 멋지다고~ 끊임없이 감탄한다. 감탄의 표정은 항상 행복감이 묻어있다. 그래서 감탄하는 아이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같이 즐겁고 행복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요즘 깃털같이 살아 보기로 했다. 너무 무겁게만 생각하고 목표를 멀리 잡으니 힘이 들고 금방 지쳤다. 그래서 영어가 당장 늘지 않더라도 달달 외워야 하는 중압감을 벗어나, '하루 한시만 만이라도 매일 해보자'라는 목표로 변경했고, 심박수가 올라가고 땀이 나야지 제대로 운동한 거야 라는 중압감에서 벗어나 '가볍게 산책하듯이 빠르게 걷자'라고, 글쓰기도 '너무 잘 쓰려고 끙끙대지말자'로 변경하였다. 깃털처럼 가볍게 마음을 바꾸고 나니 가뿐하게 몸이 움직이고 있다

행복도 이런 깃털 같은 마음 아닌까? 나의 주변에 있는 작은 행복에 눈과 마음을 열고 항상 감사하면서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 아닐까? 오늘도 나는 아침 산책을 하며 추운 날씨에 따듯하게 느껴지는 해님에게 감사했고, 출근 전 잠시라도 함께 걸으며 오손도손 이야기 나누는 남편의 존재에 감사했다. 아이들을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과 학교에 감사했고, 아름다운 하늘과 나무 자연에 감사하고, 동생을 예뻐하고 잘 놀아주는 딸에게 감사한다.

가벼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감탄할것도, 감사할것도 많다. 이런 좋은 마음으로 오늘도 목표한 것들에 깃털처럼 다가가 보려고 한다. 살랑 살랑 행복한 바람에 실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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