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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하루

코로나가 일깨운 <아파트, 너가 정답은 아니었어>

by 앤쏭 2020. 3. 6.

<출처: m.board.realestate.daum.net>

엄마, 개학은 언제 하는 거야? 나 빨리 학교에 가고 싶어요즘 코로나 바이러스로 집안에 갇힌 초등학교 2학년 딸의 짜증 섞인 외침이다. 아침마다 학교는 왜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짜증을 부리던 딸이, 이제 개학하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정말 코로나 바이러스로 일상이 무너졌다. 생활의 크고 작은 불편이야 전염병이란 무서움에 참고 견딘다지만, 문제는 집안에 갇혀버린 아이들이다. 5살 둘째도 집안 곳곳을 뒤지며 머라도 하고 놀지만, 금새 지루함을 느끼고 나에게 놀아달라고 치댄다. 그런 아이들이 불쌍해 놀 거리를 만들어주고 함께 놀아주기도 하지만, 하루 이틀이지 나도 지치고 짜증이 난다.

오늘도 두 아이는 무료함에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베란다에 나가 식물에 서로 물을 주겠다고 싸워대고 있다. 그런 두 남매를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나의 어린 시절 마당에서 물을 뿌리고 놀던 생각이 났다. 이런 때 마당이라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당’. 지금 사는 아파트에서는 가질 수 없는 자유의 공간’. 갑자기 남편이 자주 했던 이야기가 처음으로 마음에 다가왔다. “난 마당이 있는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어. 어릴 때 마당에서 놀던 기억들이 너~무 좋거든. 그리 넓진 않았지만 무엇이든 다 있었어. , 포도나무, , 강아지, 장독대, 옥상…. 만들고 싶은 것이 떠오르면 마당에서 뚝딱거리며 만들어 보고, 안되면 또 다른 재료를 구해 만들어봐. 그러다 결국엔 성공하지. 그게 마당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 같아. 심심하면 달려나가 마음대로 어지르며 놀 수 있는 자유를 우리 아이들한테도 주고 싶어.”

사실 아파트가 주는 생활의 편의에 만족하고 있었기 때문에 남편이 하는 말은 그저 어린 시절 추억담 정도로만 여겼었다. 그리고 나한테 아파트는 효용가치, 즉 투자의 개념이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좋은 지역의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이 집을 바라보는 시선이자 목표였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전염병처럼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닥치니 집을 돈으로만 바라보던 나의 시각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사실 집은 가족들이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내는 삶의 공간인데, 가장 즐겁고 행복한 공간이 된다면 더 없이 좋지 않을까?

일단 아파트라는 공간은 아이들의 본성을 거스르는 공간이다. 놀이가 밥이 되어야 하는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없다. 발걸음 조차 조심해야 하는 층간 소음 때문에 내가 아이들에게 가장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뛰지마!”, “너무 시끄럽게 놀지마!” 제대로 놀 수 없는 아이들은 TV나 스마트 폰, 게임 등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런 아이들에게 야외 공간이 절실하게 필요한데 아파트 놀이터 조차 안심할 수 없는 세상이다. 집밖으로 나갈 때면 부모가 매번 동행해야 하니 육아 피로도는 점점 쌓여간다.

사실, 나도 투자라는 개념을 버린 다면, 굳이 아파트를 고집할 이유는 없다. 이 네모난 사각의 공간이 무슨 이유로 이렇게 비싸야 하는 줄 모르겠다. 또 아파트라는 밀집된 공간 안에서 자연스레 생기는 비교 문화는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 같다. 같은 단지 안에서도 평수를 비교하고, 누가 더 비싼 외제차를 타고 다니나 신경 쓰며 살고 있다.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초등학교를 보내니 현관만 나가면 학부모를 마주치고, 은근히 신경 쓰이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물론 아파트도 다양한 장점이 존재한다. 나도 그런 편리함을 만족스러워하며 지내왔다. 하지만 이번 기회로 아파트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주거형태를 고민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인공지능이 발전하는 미래사회에는, 무엇보다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부모들은 창의적인 인재로 키울 수 있는 여러 가지 교육법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어떤 교육을 하기에 앞서,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이 중요한 것 같다. 놀이로 창의력을 키우는 아이들에게 마음껏 놀 수 있는 마당을 돌려주는 것, 그 안에서 다양한 놀잇감으로 진짜 놀이를 알려주는 것. 사실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 다양한 환경에서 각자 자신이 원하는 생활방식을 찾을 때 이 시대가 원하는 개성 있는 콘텐츠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가족이 진짜 원하는 집>은 어떤 모습일까? 큰 딸이 꿈에 그리는 집은 항상 정원이 있는 2층집에 강아지와 다양한 식물을 키운다. 벽은 없고 예쁜 울타리가 있는 집에 항상 하늘은 높고 해님과 구름이 방긋 웃고 있다. 아이들에게 각자 원하는 집을 그려보라고 하면 분명 비슷한 분위기의 그림이 나올 것이다. 크게 다르더라도 적어도 아파트는 아닐 것이다.

그건 우리 어른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도심의 비싼 아파트를 구매하며 창 밖의 뷰를 따지고, 공원 옆, 산책길, 숲세권…. 어떻게든 자연과 가까이할 조건들을 고려한다. 또 아파트는 포기 할 수 없지만 전원주택 짓고 살기같은 유튜브의 조회수는 80만을 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물론 쉽지 않은 결정일 것이다. 우리 사회가 사람이 살만한 서울 근교 좋은 땅에는 모두 아파트를 지어 대고 있고, 각기 다른 삶의 맥락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한번쯤 고민해본다면 좋을 것 같다. 우리 가족이 즐겁게 지내며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진짜 집의 모습 말이다.

인터넷 기사를 보니 신종 전염병의 출현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고 한다. 빌게이츠는 핵전쟁보다 무서운 것이 전염병이라 예언했다. 코로나가 일깨운 <행복한 집>에 대한 고민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결국 선택용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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