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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엄마 공부가 끝나면 아이 공부는 시작된다

by 앤쏭 2019. 12. 7.

올해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새삼 느낀 점이 하나 있다면......

'육아서가 아닌 책에서도 육아를 하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이 참 많구나.'라는 것이었다. 아니 거의 모든 책을 읽다 보면 한 번씩 아이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이를 키우는데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찾아내면 내 육아에 적용하기 위해 의견을 적어보는 것이 솔솔 한 재미였다. 그러다 보니 한동안 육아서에는 자연스레 손이 가질 않았다.

그러다가 몇일 전 서점 방문에서 오랜만에 육아서를 한 권 구입하게 되었다. 읽고 나서는 "역시 육아는 육아책!!"이라 외치며 엄지 척을 들게 되었다!! ^^

그만큼 괜찮았던 책 '엄마 공부가 끝나면 아이 공부는 시작된다' 

구입한 이유가 첫째) '엄마 공부'라는 단어가 좋았고, 둘째) 저자가 '세 아이의 엄마'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셋째) '사교육 없이 세 아이를 영재로 키워 냈다'는 표지글에 확 눈길이 갔다.

세 아이 중 한 명만 영재라도 주위 엄마들의 부러움이나 호기심을 샀을 텐데 세 아이가 모두 영재라고~? ㅎㅎ 역시 나도 어쩔 수 없는 대한민국 열성 엄마인가? '영재'라는 단어에 혹 하였으니 말이다. 그래~ 솔직해 지자. 일단 내 아이가 창의성의 넘쳐 영재 소리를 듣고, 공부를 잘하는 아이로 커나간다면...... 기분 좋은 일일 테니 말이다. 그것도 아이를 혹사시키는 사교육 없이 말이다. 그 비밀이 궁금하기도 하고 내용이 재미있기도 하여 사온 날 하루 만에 읽어버렸다.

읽어 보니 역시 세 아이를 키운 20년 경험의 묵직함이 느껴진다. 유아시절부터 초등학교, 사춘기를 지나 대학 진학까지 눈앞의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볼 수 있는 느낌이었다. 각 시기에 맞는 다양하고 생생한 경험과 그 경험치에서 나온 실질적인 조언들이 좋았다. 또한 자신의 어린 시절 학대받은 아픔을 이겨내고, 자식들에게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절절히 노력하였음을 느낄 수 있어 존경스러웠다. 

작가는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이렇게 이야기한다.

각박한 대한민국 현실 안에서 어떻게 아이를 키우는 것이 옳은지 고민하고 방황하는 부모들에게, 녹록지 않은 이 땅의 교육환경을 먼저 경험한 선배로서 누군가는 해주었으면 하는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꼭 나일 필요는 없지만 내 이야기가 누군가의 가정에, 그 가정의 부모에게 또 한 아이의 영혼에 닿아 함께 행복할 수 있다면 나도 참 행복할 것 같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세 아이를 키워보니 내 아이만 잘 커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기에.

정말 내 아이기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나의 아이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만큼 다른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기를 소망해 본다. 진정 행복한 아이라면 다른 친구에게 상처 주고, 위협하고 해를 끼치는 행동은 하지 않을 테니.....  서로가 싸우고 이겨야 하는 경쟁자가 아니라 함께 도움 주고 성장하는 관계가 되길 간절하게 기도해 본다.

믿는 순간 기적이 되는 격려 <p30>

둘째 아이는 첫째 아이나 막내 아이에 비해 유난히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그런 아이를 바라보며 이유를 한참 동안 생각해본 적이 있다. <중략> 오랜 고민 끝에 내가 찾아낸 결론은 내가 둘째 아이를 비난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여러모로 부족해 보였던 아이에게 나까지 그 아이를 부정고, 부족하다고 얘기하면 아이의 영혼을 죽여 결국 의욕마저 사그라들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떠한 일이 있어도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만 잘해도 칭찬해 주었고 기대하지 않았기에 부담감을 안겨주지도 않았다. 그저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 예뻐하려고 노력했다. 처음부터 가능하진 않았지만 아이의 행동을 예쁘게 바라보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우리 첫째는 긴장을 잘하는 편이다.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지금까지는 엄마가 권해주고 이끌어 주는 것이니 여차 저차 잘해오고 있다. 하지만 초등 저학년 시기가 지나고 다양한 도전을 스스로 해 나가야 할 때도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아이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의 조건 없는 믿음이 그 힘을 키워 줄 것이다. 가끔 잘하고 있는 아이에게 어른의 기준으로 이런저런 조언과 고쳐야 할 점들을 알려주면 기가 죽거나, 실망하는 표정을 짓고는 "엄마 잘못했어..."라는 말까지 하곤 한다. 도움이 되라고 한 말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어른의 기준으로 완벽하기를 바라는 조언은 정말 조심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잘 스며드는 관계 <p120>

난 잘못한 게 없었는데도 말이야. 그때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은 '네가 옳아. 비록 그 아이들이 너를 따돌리고 친구가 되지 않더라도 네가 잘못한 부분은 없어. 그건 네 탓이 아니야. 그러니까 너무 고민하지 마. 너는 그냥 네 모습 그대로면 돼"라고 말해주길 바랐어."
아이의 말을 듣고 뒤돌아서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상대 아이를 탓하기 전에 내 아이가 혹여나 저질렀을지도 모를 실수를 먼저 점검하고자 했던 내 행동이 결국은 소중한 내 아이를 스스로 의심하게 했으리라곤 그때는 차마 알지 못했다.
늘 나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했고, 나의 욕구보다 다른 사람들의 입장과 마음을 먼저 헤아리기에 급급했던 나는 아이가 아파하는 순간에도 내 아이보다 남의 아이를 먼저 생각했다. 그러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나의 오랜 사고방식과 습관은 나도 모르게 문제의 방향을 내 아이에게 먼저 겨누었다. 질책의 방향을 늘 나에게 돌렸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때서야 아이의 자존감을 키우기 위해선 엄마의 자존감부터 키워야 한다는 말의 의미가 온전히 이해되었다. 

이 부분을 읽고 얼마나 뜨끔 했는지....  가끔 초등학교 1학년인 큰딸이 친구 문제로 힘들어할 때, 내가 보기에도 친구에게 문제점이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먼저 사랑을 베풀고 배려하면서 잘 맞추어 보라고 조언하였다. 나 역시 내 아이가 잘못한 문제가 있는지에 먼저 초점을 맞추어 아이를 마음 아프게 한 적도 있었다.

친구 간의 갈등을 건전하고 바르게 잘 풀어나 갈 수 있도록 성장시켜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럼에도 아이가 친구 문제로 힘들어 하는 경우는 분명 생길 것이다. 그럴 땐 아이의 말을 충분히 들어주고 그 문제의 잘못이 우리 아이에게 있지 않다면 섣부른 조언보다 일단 내 아이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며 마음의 상처를 씻어주는 방법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막연하지만 언젠가 확실히 다가올 꿈 <p223>

그렇게 학교와 학원을 오고 가다 보면 정작 중요한, 어쩌면 학습보다 더 선행되어야 할 자기 자신과 자신의 꿈에 대한 탐색 기회를 놓치고 그저 나는 '공부를 잘해' 혹은 '못해' 또는 '그저 그래'정도로만 자신을 알게 될 확률이 높다.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아이는 부모의 그릇만큼 자란다. 부모가 먼저 학습적인 성과 위주에서 벗어나 최대한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주기 위해 노력하면 그 과정에서 아이 역시 무한한 가능성을 담을 수 있는 그릇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아무리 대한민국이라는 현실 속에 살아도 적어도 초등학교 시기까지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시간을 많이 주자. 너무 많은 학원과 공부로 아이의 시간을 다 뺏는다면 아이는 다양한 경험을 할 시간도, 자신이 좋아하는 놀이에 빠질 시간도 없을 것이다. 많이 놀고, 많이 뒹굴 거리고, 자기가 재미를 느끼는 무언가를 직접 해보고, 책도 많이 읽어야 한다. 그래야 진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공부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는 시대라는 것' 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놀지 못하고 놀 시간도 없다. 이제 진짜 자신의 모습을 찾은 아이가 성공할 것임을,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보낸 아이가 성공할 것임에 확신을 갖는다.

거울 속 진짜 나와 만나는 대면 <p336>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라고 했다. 부모가 세상에 대한 기준과 틀을 한없이 넓히고 따듯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 아이들은 부모가 넓혀 놓은 틀 안에서 무한한 가능성과 축복, 감사를 느끼며 행복한 순간들을 누리게 될 것이다. 부모가 깨고 나온 틀만큼 더 자유롭고 활기차며 삶이 축제처럼 즐거울 것이다.
아이의 학교 생활이 시작되면, 특히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부모는 자신을 들여다 보아야한다. 그것이 나를 사랑하고 아이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진정한 사랑은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러니 나 자신이 언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왜 그렇게 생각하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즐거워하는지 하나씩 알아가야 한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자꾸만 부모를 키운다. 여기서 멈추지 말라고, 엄마 아빠 자신을 더 사랑하라고.

그렇다 행복한 부모가 행복한 아이를 키운다. 난 몇 년 전까지 행복한 사람이 아니었다. 왜 내가 자존감이 이토록 낮은 사람인지, 어떤 이유로 나를 사랑하지 못한 삶을 살아왔는지............. 너무도 안타깝게 아이를 키우면서야 생각게 되었다. 내가 낳은 이 소중한 아이를 어떻게 하면 잘 키울 수 있을까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꾸만 부딪히는 못난 나를 만나게 되었다. 행복하지 못한 부모로 육아를 하는 과정에서 자꾸만 더 위축되었고, 아이가 미워지고 아이에게 상처 주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렇게 변화해야 함을 느끼고 내 꿈을 이루는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정말 아이가 나를 변화시킨 것이다.

한동안 이 중요한 사실을 너무 늦은 나이에 알게 되어 안타까웠다. 많은 원망도 해보고 나에 대한 자책으로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시간은 내 마음을 정리하는데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상처가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마음에서 떠나보내는 '정리의 시간'이 꼭 필요했다. 그 시간이 지나니 새롭게 시작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힘이 생겼다.

행복한 부모 공부를 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결국 더 많이 행복해지고 싶어서 지금 이 순간도 이렇게 공부하며 노력하고 있는데,,,, 그럼 우리에게 온 소중한 아이도 최대한 행복하게 해 주어야지. 행복한 아이로 매일을 살아갈 수 있게 인도해 주어야지. 아직은 너무 어린 우리 아이들의 행복이 결정되는 건 '부모'가 전부인데....... 내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불행의 뿌리는 부모가 주는 것이기에.....

"내 아이의 하루가 행복하지 않다면, 나의 진정한 행복은 오늘도 내일도 먼 미래에도 절대 오지 않을 것임을 진실로 깨달았다." 아니.... 이미 너무나도 당연하게 알고 있는 내용인데 머리를 한대 쾅 맞은 것처럼 강하게 되새겨졌다.

오늘이 행복해야 내일도 미래에도 행복한 아이로 자라난다. 행복하게 자라야 제대로 된 어른으로 자라난다. 나의 오늘을 소중하게 보내기 위해 각오를 다지는 만큼 아이의 행복한 하루를 지켜주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자. 부모가 아이를 키운 만큼 아이가 부모를 또 다시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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